현대자동차그룹이 CES2026에서 선보인 로봇 '아틀라스'가 화제였다. 사람의 개입 없이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관절을 움직이는 등 스스로 판단하고 물리적 작업까지 직접 수행하는 모습은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AI 기술 무대를 농업 현장으로 옮겨본다면 어떨까. 광활한 노지를 날며 작물의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곳에만 약제를 뿌리는 드론, 농촌 어르신의 건강을 확인하며 안부를 전하는 AI 돌봄 로봇은 미래 SF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맞이할 농업·농촌 일상의 모습이어야 한다. 특히 나날이 증가하는 기후 위기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등 우리 농업이 직면한 위기는 일차원적 해법으로는 돌파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앞당기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업·농촌 인공지능 대전환(AX)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의 핵심은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일상과 직결시켰다는 점이다. 기존 대책이 첨단 기술을 비교적 적용하기 수월한 생산 분야에 머물렀다면, 전략은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이어지는 유통과 소비, 농촌 주민의 일상생활과 정주 여건까지 AI 확산 범위로 설정했다.
정책의 방향 또한 일부 선도 농가 중심에서 '모두를 위한 AI'로 과감히 전환했다. 첨단 기술은 소수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며, AI 혜택은 영농 규모나 지리적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농업인이 공평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가 돼야 한다. 중소 농가도 부담없이 도입할 수 있는 맞춤형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을 신속히 개발하고, 고가의 첨단 장비를 십시일반 빌려 쓸 수 있는 '스마트 농기자재 공유센터'를 주요 과제로 구상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포용적 철학을 바탕으로 추진할 정책의 네 가지 핵심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AI로 농사는 더 쉽게 만들고, 생산성은 높인다.
일손이 많이 가는 노지 농업은 배추·대파 등 주요 농산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관수·병해충 예찰과 같은 다양한 AI 영농 솔루션 보급을 확대한다. 또한 농업인이 스마트폰에 물으면, AI가 병해충을 진단하고 최적의 처방법을 조언하는 등 누구나 쉽게 음성으로 영농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도록 농업 특화 AI 서비스 'AI 이삭이'도 고도화한다. 또한 농업 AX에 특화된 농업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 주도로 신속하게 만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촌진흥청과와 지능형 농기계와 드론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무인 자율화 프로젝트(가칭 NEXT Farm)'를 추진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둘째, 정밀한 수급 관리와 함께, 농식품 유통구조를 고도화한다.
기상 이변에 따른 수급 불안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발사 예정인 농림 위성과 AI 수급 예측 모델을 고도화해 농산물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과거보다 훨씬 정밀하게 예측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선제적 수급 예측 체계가 구축되면 농가 소득은 안정되고 소비자 물가는 완만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유통 단계에서도 스마트 APC(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 AI를 적용해 선별부터 저장, 출하 공정을 최적화하고, 축산물 등급판정 시스템에도 AI 분석 기술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소비자는 하반기 출시되는 '알뜰소비정보 앱'을 통해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보다 합리적으로 소비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누구나 편리하게 생활 가능한 '스마트 농촌생활권'을 만들어간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에서 AI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2030년까지 100개 이상의 스마트 농촌생활권을 조성, 농촌 특성을 세심히 반영한 AI 돌봄, 환경개선과 함께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요 응답형 교통 모델도 대폭 확충한다. 또한 고령 농촌 주민들이 AI 전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농촌 생활 SOC를 거점으로 서비스 공동체 돌봄반장과 연계해 '마을 AI 선생님'이 기기 사용을 돕는 교육을 강화한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따뜻한 도구가 되도록 세심하게 살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할 AX 생태계를 단단히 다진다. AI는 단발성 기술 도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지컬 AI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업과 인재 양성을 통해 탄탄한 AX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간 단순한 기록물에 불과했던 데이터는 이제 AI 대전환 시대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자본인 만큼 활발히 거래될 수 있도록 데이터 체계도 정비한다.
농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1차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다. AI와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국가 전략 산업이다. 기후 위기와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농업과 농촌으로 AI 확산은 식량안보를 굳건히 지키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거대한 변화에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필자〉농정 전반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현장과 정책을 오가며 농식품 정책 핵심 보직을 맡아왔다. 1968년생으로 영남대 응용미생물학과를 졸업했고, 경북대에서 국제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8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농산정책과, 식품산업과, 농촌정책과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국립종자원 경남지원장, 외식산업과장, 지역개발과장, 장관비서관, 유통정책과장 등을 맡으며 정책과 현장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대변인, 식품산업정책관, 농업생명정책관, 유통소비정책관을 거쳐 농촌정책국장을 역임했다. 2024년 농업혁신정책실장, 2024년 말 식량정책실장을 맡았고, 2025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