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을 문화 모태펀드 내 '부속 장르'가 아니라 독립 투자 트랙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콘텐츠 부문에서 차지하는 시장 규모와 수출 비중은 압도적이지만, 투자 배분과 회수 구조는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성원·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모태펀드 게임계정 신설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게임은 영화 대비 시장 규모가 크고 수출은 100배 수준인데도, 모태펀드 내 투자 배분은 정반대”라며 게임 전용 계정 신설과 스케일업·혁신 펀드로 나뉘는 투트랙 투자 전략을 제안했다.
전 교수는 현재 국내 게임 산업이 겪는 위기를 “투자 감소, 이용률 하락, 규제 부담, 인디·벤처의 설 자리 축소”로 진단했다. 게임은 기술·예술·운영이 결합된 고난도 산업인 만큼 규제 대응 비용이 커질수록 대기업은 버티고 중소사는 탈락하면서 대형사 중심 재편이 가속된다는 것이다. 앱마켓 수수료(30%) 부담도 중소 개발사에 치명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핵심 쟁점은 모태펀드 내 투자 구조다. 전 교수는 문화계정 안에 영화와 게임이 함께 묶이면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회수 가시성이 높은 영화 쪽으로 자금이 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06~2021년 모태펀드 투자 누적에서 영화 약 1조5000억원, 게임 약 3500억원 수준으로 큰 격차가 났다는 분석이다.
이어 토론에 나선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계정 분리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병목은 “계정 유무 이전에 회수”라고 짚었다. 구 대표는 이를 위해 △게임사가 성장·상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 △펀드 외에도 범부처 보조금 형태의 지원(바이오의 '범부처 신약개발' 같은 구조) 등을 제안했다. 게임은 신기술 적용이 빠른 만큼 문체부뿐 아니라 산업·기술 부처가 함께 초기 단계에서 끊기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최일돈 엔엑스쓰리게임즈 대표는 모바일 시장 현실을 들며 “국내도 탑10의 상당 비중을 중국 게임이 차지하고, 대형 프로젝트는 중국이 1000~2000명 투입하는데 국내는 150~300명 규모”라고 격차를 언급했다. 글로벌 진출 필요성이 커졌지만 국내 중소·중견 개발사가 성장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엄장수 유니온파트너스 상무는 제작비 급등을 전제로 “AA급 게임은 3년 개발만 잡아도 수백억원이 필요하다”며 영화처럼 프로젝트 투자 방식을 게임에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VC가 실제로는 “상장보다 M&A를 권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상장 경로가 좁아질수록 '유니콘'보다 '조기 엑시트'로 생태계가 바뀔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에서는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관이 문화계정 구조와 성과를 설명하며 신중론을 함께 폈다. 임 정책관은 “게임에 더 많은 국내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전용 계정은 '게임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손실 시 계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또 게임 지원 예산, 정책금융(보증·이차보전)과 함께 AI 제작·VFX 등 원천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덕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관은 “게임 분야 벤처투자는 최근 통계상 회복세”라면서 증가분이 “소수 기업의 대형 투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별도 계정을 만들 경우 안정적 재원 부재와 타 장르에 대한 구축 효과 우려를 함께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