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방미통진흥원)'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주요협회의 미디어기능을 통폐합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에 900명 규모 매머드급 기관을 설치하는 법안이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기존 정부 산하기관 기능, 예산에 거대 변화를 가져오며 부처 간 이견이 도출됐다. 후속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같은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예산 조정 등을 위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며, 부처 간 협의도 사실상 생략됐다. 법안소위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여야 합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이날 상임위 통과에도 관계부처 의견 수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부 수정을,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안 반대 입장을 내는 등 향후 부처 간 조율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설립위원회 위원에 대한 과기정통부장관의 추천권을 명시하고 사업 재편 계획 수립 시 협의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명칭과 업무 범위 모두에 이의를 제기하며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문체부는기관명에 포함된 '미디어'가 실제 업무 범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잡지·출판 등 미디어 산업 진흥이나 콘텐츠 산업 진흥과 무관한 기관들을 묶어 새 기관을 신설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국무조정실은 진흥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 기능 일부를 수행할 경우 출연연법 조항의 취지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기계적 몸집 불리기식 통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코바코는 광고,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 보호로 성격 자체가 다른 두 기관의 통합 시너지가 의문이며 '진흥원'이라 하면서 무엇을 진흥한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은 연구기관 행정 인력을 줄이고 연구 인력을 늘리라는 취지인데, 이번 통합은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유료방송 업무 이관 후 정책적 불일치 해소를 위해 진흥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설되는 기관의 지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코바코는 정부 출자로 설립됐으며, 재정경제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정부 지분 처리 방식, 신설 기관의 출자·출연 구조 등 구체적인 후속 재정 협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들 쟁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실제 기관 설립까지 상당한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후속 심의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송은 정치적 민감성으로 체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2000년 통합방송법 시행 26년 만에 방미통위에 연구·진흥 기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준비가 돼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공직자들이 전문성을 갖고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