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일어나면서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는 추정치도 나온다.
12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인권 활동가 뉴스 통신은 “전국적으로 시위대 495명과 보안군 48명이 사망했다”며 “또한 2주간의 소요 사태 동안 1만600명이 추가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BBC는 현지 취재에서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영안실에서 시신이 담긴 가방 180여 개를 확인했으며 최근 며칠간 사상자가 폭증해 현지 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재단은 “최소 2000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테헤란주의 법의학 실험실이 공개한 영상에는 현장의 참혹한 모습이 담겼다. 천으로 감싸인 시신이 발 디딜 틈 없이 놓여있고, 가족과 지인을 잃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비통한 심경을 쏟아냈다.
또한 시위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된 영상에는 이란 제2 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가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총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차량 일부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도 담겼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번 소요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그는 별다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그들(미국과 이스라엘)은 국내외에서 특정 개인들을 훈련하고, 외부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들여왔으며 모스크에 불을 지르고 라슈트 시장과 상점들을 공격해 바자르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를 공격한 것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현지에서는 이란 보안군이 테헤란, 케르만샤주 등 여러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한 이란 정부는 인터넷 접속마저 대폭 제한했다. 지난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보다 강화된 봉쇄 조치다. 인터넷 연구가인 알리레자 마나피는 “현재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타링크 위성이며 이 마저도 정부에 의해 추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전역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란 정부가 민간인에게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경우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CNN 방송은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며칠간 (이란에 대한) 여러 가지 개입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여러 방안 중 시위를 진압하는 데 투입된 테헤란 보안 기관을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보다 낮은 수위의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는 이란 군이나 정권 목표물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으로 시위 진압을 방해하거나, 정권 인사 또는 이란 경제 특정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제재 등이 포함된다.
다만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계자들은 미국의 개입이 의도치 않게 이란 국민의 정부 지지 결집을 부추기거나 이란이 군사력으로 보복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