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국가 주요 시설을 위협하는 불법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안티드론(Anti-Drone) 성능평가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테러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는 가운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통일된 성능 검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안전망을 한층 강화한다는 취지다.
최근 드론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류와 재난 대응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발전소, 공항, 항만 등 국가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불법 침입이나 테러 위협이라는 새로운 보안 숙제를 던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드론체계(C-UAS) 도입이 시급하지만, 현장에서는 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잣대'가 부족해 혼란을 겪어왔다.
레이더, 광학 센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안티드론 장비는 그 특성상 제조사마다 성능 산출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KTL은 이러한 기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탐지부터 무력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시험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티드론 시스템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불법 드론을 찾아내고(탐지·식별), 얼마나 확실하게 막아내느냐(무력화)에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외적으로 통용되는 통일된 성능평가 방법론이 부재해, 수요 기관들이 장비를 도입할 때 성능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KTL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탐지 장비인 레이더, RF 스캐너, EO/IR 카메라와 무력화 장비인 전파차단장치(재머) 등 4대 핵심 기기에 대한 성능시험 항목을 도출했다. 레이더의 탐지 가능 최저 속도나 위치 정확도, 재머의 전자파 방사 특성 등 총 22개의 세부 지표를 과학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제조사에는 명확한 개발 기준을, 수요처에는 장비 선택의 객관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TL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국가적 대형 이벤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작년 개최된 'APEC 2025 정상회의' 당시, KTL의 정밀한 시험평가를 거친 안티드론 시스템이 방어 임무를 수행하며 행사의 안전을 지원한 바 있다. 이는 KTL이 구축 중인 평가 체계가 실전 상황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KTL은 이를 바탕으로 공공분야 안티드론 시험평가를 주요 국가 주요 시설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국제표준화기구(ISO) 내 대드론 작업반(WG8)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글로벌 표준 동향을 국내 기업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기술 장벽을 미리 파악하고,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기술적 토대가 되고 있다.
KTL은 단순히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는 역할을 넘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파트너를 자처한다. 정부의 국방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국내 안티드론 기업들이 겪는 기술적 애로사항을 분석하고 이를 표준화된 시험평가 기술로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이건원 KTL 미래항공기술센터장은 “안티드론은 검증된 성능시험을 통한 체계적 설비 구축이 중요하다”면서 “표준화 성과와 실전 경험을 연계해 신뢰성·객관성·재현성을 갖춘 성능평가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국방·공공 분야 전반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