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당장 종료되더라도 실제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미국의 요구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더라도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시장은 최소 4개월간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올해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은 당초 목표치보다 약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액화천연가스 생산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매달 약 700만톤씩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연간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 이후에도 수 주일 동안 전 세계 원유 재고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사재기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으로 에너지 생산과 운송, 정제 등 산업 전반의 사이클이 멈춰선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미 하루 원유 생산량을 전쟁 이전의 약 40% 수준으로 줄인 상태이며 이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에도 최소 2주에서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천연가스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요 생산기지인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전체 시설 용량의 17%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3%에 해당한다.
카타르는 관련 시설 수리에 최장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피해가 덜한 시설도 운영 재개까지 최대 7주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운송 역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이 선언되더라도 선박들은 실제로 공격이 멈췄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몇 주 동안 운항을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파손된 부두와 선적 설비를 수리하는 데에도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중동 항로 선박 보험료가 선박 가격의 최대 10%까지 급등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초대형 유조선이 일감을 찾아 이미 대서양으로 이동한 상태라 이들이 왕복 항해를 마치고 다시 중동으로 돌아오는 데만 최대 90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정유소들도 원자재 부족으로 하루 처리량이 약 300만배럴 감소한 상태이며 이를 정상 가동으로 되돌리는 데에도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결국 멈춰선 에너지 산업 전반의 사이클을 다시 가동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인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에너지 가격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미 전쟁 이전보다 54% 상승했고 유럽 가스 가격은 85% 급등했다. 현재 에너지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조만간 상황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 에 따르면 7월 이후 에너지 가격 하락에 베팅한 풋옵션이 상승을 예상한 콜옵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운송 지연 등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5월까지는 상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가 상황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설령 전쟁이 끝나더라도 석유와 가스 물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은 겨울철까지 전쟁의 여파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