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 게임 플랫폼'으로 불리는 로블록스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를 확률 정보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뽑기'의 아이템 과소비 유혹에 노출시키면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국내 게임법 적용은 피해 갔다. 게임을 관리·감독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
18일 전자신문 취재 결과, 로블록스 내 인기 상위권 게임 다수가 현금성 유료 재화 '로벅스(Robux)'를 활용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도 법에서 요구하는 확률 정보 공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로벅스를 통해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개발자에게 후원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누적 방문 수 172억회를 기록한 인기 게임 '최강의 전장'을 비롯해 '브레인롯 훔치기' 등 주요 게임이 '랜덤 이모티콘' '스핀(뽑기)' 형태의 상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결제 화면에 개별 아이템 획득 확률(%)이 표시되지 않았다. 이용자가 수만원 상당의 로벅스를 결제하기 직전까지도 어떤 아이템을 얼마의 확률로 얻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과소비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
문체부 '확률형 아이템 해설서'에 따르면 확률 정보는 구매·조회 또는 사용 화면에 직접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화면이 좁은 경우에도 즉시 확인 가능한 링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로블록스 내 다수 게임은 확률 정보를 아예 표기하지 않거나, 외부 페이지에 숨겨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들 상품은 캡슐형 확률형 아이템으로 분류돼 가장 엄격한 공개 기준이 적용된다. 제공되는 모든 아이템의 종류와 등급별 공급 확률을 백분율로 명시해야 하지만 상당수 게임은 '신화' '비밀' 등 추상적 등급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확률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어린이·청소년 이용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블록스는 세계 일일 이용자 1억명, 월간 이용자 3억8000만명에 달하며 이용자 절반 이상이 16세 미만이다. 판단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이용층이 '확률 정보 비공개' 상태에서 반복 결제를 유도받는다. 업계는 이를 이른바 '등골브레이커형 수익모델(BM)'로 보고 있다.
관리·감독해야 할 문체부는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운영하는 플랫폼 구조를 이유로, '게임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 적용에서 비켜서 있다. 상당수 인게임 콘텐츠가 해외 개발사, 특히 중국 개발사에 의해 제작돼 문제 발생 시 이용자 구제도 쉽지 않다.
역차별 논란도 발생한다. 국내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오류만 발생해도 문체부, 게임물관리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에 직면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인게임을 운영하는 특수한 구조인 만큼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로블록스 측은 이와 관련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로블록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의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관리 및 삭제 조치된다”고 설명했으나 국내 게임법 규정과는 기준이 다르다. 아울러 로블록스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