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AI로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실행 전략을 꺼내들었다. AI 도입 자체보다 그 이후, 즉 업무와 사업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짜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진단이다.
사업은 오픈AI·앤트로픽 등 글로벌 프론티어 AI 기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로봇 기반 제조 혁신 사업까지 영토를 넓힌다.
삼성SDS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엔터프라이즈 AI 전환(AX) 콘퍼런스 '리얼 서밋 2026'을 열고 '다차원 AI 풀스택' 전략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8000여명, 온라인까지 합치면 1만5000여명이 이날 발표를 지켜봤다.
◇“AI는 업무를 바꾸고, AX는 비즈니스를 바꾼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준희 대표는 맥킨지 조사를 인용 “기업 88%가 최소 한 개 업무에 AI를 도입했다고 답했지만, AI가 이익에 유의미하게 기여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AI 도입과 비즈니스 성과 창출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고 진단하며 그 간극의 원인을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담는 그릇, 즉 업무 방식에서 찾았다.
이 대표의 AI 도입의 성공 열쇠로 지목한 조건은 일곱 가지다. AI와 사람의 협업에 맞춘 프로세스 재설계, AI가 쓸 수 있는 형태로의 데이터 정비, 다수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체계, AI 행동에 대한 거버넌스, AI 보안, AI 친화적 조직, 그리고 기업문화 변화다. 이를 곧 AX로 정의했다.
그는 “AX는 단순히 AI를 도입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라면서 “AI는 업무를 바꾸지만 AX는 비즈니스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이 일곱 가지 조건을 외부 컨설팅용 이론으로 남겨두지 않고 자사 조직에 먼저 적용하고 있다. 개발·구매·품질·경영지원·사업이행·마케팅·영업 등 사내 7대 업무 영역을 대상으로 한 '클라이언트 제로' 전략이다. 스스로 실험 대상이 돼 성과를 검증한 뒤, 그 결과물을 고객사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고객 현장을 직접 뛰는 인력도 늘린다. 오픈AI, 앤트로픽, 액센츄어 등과 협력해 현장 밀착형 엔지니어(FDE)를 연내 200여명 규모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진정한 AI 풀스택이라면 컨설팅은 물론 개발과 구축,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는 고객의 비즈니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픈AI·앤트로픽과 나란히…RX 사업 첫 공식화
삼성SDS는 이날 AX 실행 전략과 함께 사업 영토를 넓히는 전략도 함께 꺼내놨다. 오픈AI·앤트로픽 등 글로벌 프론티어 AI 기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로봇 기반 제조 혁신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내용이다.
삼성SDS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의 보안 자동화 프로그램 '데이브레이크 파트너 프로그램' 파일럿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브레이크는 취약점 발견부터 위험 검증, 우선순위 결정, 패치 생성·테스트까지 보안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삼성SDS는 이를 자사의 대규모 시스템 구축·운영 노하우와 결합해 보안 서비스로 상품화할 계획이다.
앤트로픽과는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날 행사에서는 신규 AX 사업 공동 발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무대에는 오픈AI 김경훈 한국총괄대표와 앤트로픽 최기영 한국대표가 나란히 올라 협력 방향을 설명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영상 메시지로 참여해 삼성SDS를 글로벌 탑티어 파트너로 평가했다.
'로봇 전환(RX)' 사업 진출도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 안에 RX사업팀과 RX실행팀을 신설한 데 이어, 25년간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430여개 제조 고객사에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설비·물류 자동화를 구축해온 경험을 로봇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 제어하는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선보인다. 특정 로봇이 멈춰도 실시간으로 감지해 다른 로봇에 우회 작업을 지시함으로써 공장 전체가 서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로봇 전용 관제탑 역할이다.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월든로보틱스 등 글로벌 피지컬 AI 기업 10곳이 참여하는 '팀 REX' 파트너십을 꾸렸고, 특히 토요타 연구소 출신 연구진이 세운 월든로보틱스와는 전략적 투자·협력 계약을 맺어 제조 현장 적용 사례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브리티웍스 코워크' 10월 상용화…“답 찾는 AI에서 일하는 AI로”
협업솔루션 쪽 신무기도 공개됐다. 오는 10월 상용화하는 '브리티웍스 코워크'는 단순 정보 검색·추천 수준을 넘어, 사용자가 업무 목표를 던지면 계획 수립부터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메일 발송, 일정 등록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임직원 간 메일·대화·일정 등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기업 시스템과 연동해 작동하며, 데이터 외부 유출을 막는 보안 거버넌스 기능도 함께 담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GS칼텍스(차세대 ERP·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동원그룹(브리티웍스 기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혁신), 베슬AI(삼성 클라우드 플랫폼 도입으로 GPU 가동률 35%→90% 개선) 등 실제 적용 사례도 함께 소개돼 전략 발표에 무게를 더했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AX 전략·실행, 제조, 유통·서비스, 물류, 공공, 국방, 금융 등 10개 트랙에서 59개 세부 세션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독보적인 다차원 AI 풀스택 기술과 최고 수준의 글로벌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성공적인 AX 여정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