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군사적 활동에 나설 경우 이를 대이란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직후 나온 경고다. 미국은 한국의 자원 전개를 거듭 요구하면서 정부의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협력하라는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적 행동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을 초래했다며 한국이 미국의 정책을 위해 자국의 이익과 평판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파르스통신도 알마야딘의 보도를 인용해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수색·구조 부대를 배치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아직 구체적인 파병이나 자산 전개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일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관련국들과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인 기여에는 전투와 비전투 활동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P-8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인력 등을 보내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은 이란을 직접 공격하거나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해상 감시와 구조, 항행 안전 등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4일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대한 질문에 한국이 중동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은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5일 한국 정부에 구체적인 파병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한국과 일본 등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을 돕지 않은 한국을 기억해 두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비전투 임무를 중심으로 자산을 배치할 경우 미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응하면서 이란과의 충돌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작전 과정에서 이란군과 대치하거나 미군의 전투작전을 지원하게 되면 이란이 이를 군사적 개입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파병에는 국내 법적 절차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이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파병 결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