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평균 3.5%의 직접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의 60% 넘는 내부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과 그룹 지배력 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처음 1000개를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89개 집단, 3293개 계열사의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올해 이들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평균 61.4%로 지난해 62.4%보다 1.0%포인트(P) 낮아졌다.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평균 3.5%에 그쳤지만 계열회사 지분은 55.5%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최근 수년간 3.5~3.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내부지분율과의 큰 격차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총수 지분율은 올해 새로 지정된 일진글로벌이 51.4%로 가장 높았다. 대명화학 26.4%, 부영 23.1%, 아모레퍼시픽 17.5%, DB 16.8%가 뒤를 이었다. 총수 2세 지분율은 넥슨이 65.1%로 가장 높았고 한국앤컴퍼니그룹 19.6%, 반도홀딩스와 애경이 각각 12.1%였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88개 집단 1047개사로 전체 계열사의 31.8%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89개 늘어 처음 1000개를 넘어섰다.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가진 회사가 431개,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가 616개다.
증가에는 신규 대기업집단 지정 영향이 컸다. 특히 올해 새로 지정된 라인에서만 규제대상 회사 40개가 추가됐다. 반면 신규 지정된 토스는 규제대상 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 공정위는 규제대상 증가 자체보다 신규 지정 집단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는 크게 줄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1435개에서 올해 233개로 1202개 감소했다. 태광과 KG가 기존 고리를 모두 해소했고 사조는 1426개에서 220개로 줄였다. 사조는 올해 3분기까지 140여개 수준으로 추가 축소할 계획이다. 자기주식 평균 비중도 1.9%로 전년보다 0.5%P 낮아졌다.
반면 주식을 활용한 임원 보상은 늘었다. 15개 기업집단이 지난해 총수·친족·임원을 대상으로 체결한 주식지급약정은 585건으로 전년 353건보다 65.7% 증가했다. 증가분 상당 부분은 삼성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한 건도 없었던 주식지급약정을 지난해 임원 대상으로 317건 체결했다.
삼성 측은 기존 현금 중심의 임원 인센티브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주식 기반 보상으로 전환했다고 공정위에 설명했다. 공정위는 주식지급약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지만 향후 보상이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집중되는지는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국외계열사를 통한 국내 출자도 이어졌다. 34개 집단의 국외계열사 115곳이 국내계열사 88곳에 직·간접 출자했다. 롯데가 22개로 가장 많았고 에스케이 11개, 한화 8개, 네이버 7개 순이었다.
김민아 공정위 기업집단정보분석팀장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전체 집단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평가지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