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패러다임이 칩 단위를 넘어 시스템 수준의 성능 최적화를 구현하려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6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Advanced Semiconductor Packaging & Chiplet Show, ASPS 2026)'에는 총 180개사 400부스가 참여해 'AI 시대, 칩에서 시스템으로'를 주제로 기술을 소개하고 쟁점을 논의했다.
앞으로 AI 반도체 성능이 개별 칩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현장 기조를 반영했다. 여러 칩을 어떻게 패키징하고 전력과 열을 관리하느냐가 핵심 기술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프레디 개바이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교수는 (前 멜라녹스 부사장)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AI 2040' 시대에는 최고의 단일 칩이 아니라, 이질적 기술(연산·메모리·통신·광학·패키징)을 통합하는 능력이 승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그는 AI 생태계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메모리는 '새로운 왕', HBM은 단순 주변 장치가 아니라 패키지 플로어플랜과 아키텍처를 형성하는 요소”라며 “한국은 메모리 강점을 글로벌 파트너십과 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지정학적 전략 수립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수직적이고 배타적인 역량을 각 국가가 확보하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의존 없이 개별 국가가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메모리에 강점을 가진 것처럼 리소그래피와 장비는 유럽, 소재·부품·기판·테스트는 일본, 미국은 시스템 아키텍처와 설계자동화(EDA)·장비, 대만은 TSMC를 필두로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역별 기술 격차로도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대만과 중국 대비 한국이 데이터센터용 고전력 모듈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로세서 전력이 기존 100W 수준에서 kW 단위로, 랙 전력이 100kW에서 1MW 목표로 급증하면서 전력 밀도와 열 관리가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조진우 TI 이사는 “패키징은 과거처럼 '무조건 작게'가 핵심이 아니다”라며 “가령 데이터센터 전력 소자에서는 열 방출이 핵심이 돼 열 특성이 강화된 패키지(탑사이드 쿨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전력에 대한 이런 구조나 파워 모듈을 만드는 회사가 아직 많지 않고 좀 느리다”며 “시장 속도를 따라가려면 대기업들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등 글로벌 반도체 주요 시장 동향도 다양하게 공유됐으며, 청중들도 다국가에서 참여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주한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일본 반도체 산업 설명회를 열고 기업 유치 정책을 소개했고, 주한퀘백정부 대표부도 캐나다의 반도체 생태계를 소개하고 한국 기업들과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이날 오후 열린 개회식에는 살라 나스리 국제반도체경영진서밋(ISIG) 대표를 비롯해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허길영 삼성전자 부사장, 박호현 SK하이닉스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패키징 기술이 AI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 시대에, 오늘 산업전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성장을 이루는 든든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