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은 100년 넘게 미국 사망 원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식단 지침에 적색육(붉은 고기), 고지방 유제품 등이 포함되면서 전문가들이 난색을 보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과 브룩 롤린스 농림부 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유지되는 이 지침에는 정제 곡물과 첨가당, 초가공식품에 대한 섭취 제한이 담겼다.
문제는 역피라미드 형태 식단 지침 최상단에 오른 적색육과 유제품이다. 스테이크 고기 등 적색육과 전지방우유(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일반 우유), 치즈 등의 그림은 브로콜리, 토마토, 당근 등 각종 채소와 동등한 선상에 올라갔다.
마티 마카리 미국 식품의약청(FDA) 국장은 브리핑에서 “수십 년간 우리는 왜곡된 식품 피라미드의 영향을 받았다. 이 파라미드는 자연적이고 건강한 포화지방을 악마화하고, 달걀과 스테이크를 먹지 말라고 강요하면서 정제 탄수화물, 첨가당, 초가공식품이라는 거대한 맹점을 무시했다”며 식단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장 전문의 의견은 달랐다. 켄터키주 루이빌 대학교 의과대학 학과장이자 미국 심장학회 전 회장인 킴 윌리엄스 박사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왔다”며 “포화지방 섭취를 권장하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영양학 및 심장학 과학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케네디 장관이 높이 평가한 버터·소기름·스테이크 고기 등에 대해 “포화 지방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증가 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은 식단 지침 발표 당시, 과학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윌리엄스 박사는 “모든 연방 정책이 이용 가능한 최상의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14303호와 일치하지 않다”고 했다.
플로리다 대학교 게인즈빌 캠퍼스의 심혈관 의학과 겸임 임상 부교수인 모니카 아가르왈 박사는 “식단에서 포화지방을 제거하고 생선·씨앗·식물성 식품에서 얻는 불포화지방을 추가하면 심혈관 건강을 개선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새로운 식단 지침을 보고 사람들이 '스테이크는 마음껏 먹어도 되겠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식단은 하루 총 칼로리의 10% 미만을 포화지방에서 얻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케네디 장관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자'(MAHA; Make America Healthy Again)의 목표처럼 포화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다면 10% 미만으로 섭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온라인 자료인 '더 뉴트리션 소스'는 하루 세 번 유제품 섭취를 권장하는 지침을 지켜 시뮬레이션했다. 권고대로 유제품은 모두 전지방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유제품만으로 17g을 섭취하게 됐고, 소기름 한 큰술(6g)만을 넣어도 하루 권고 섭취량인 22g(하루 2000칼로리 섭취 기준)을 넘어서게 됐다.
FDA는 단백질 권장량도 50~100%까지 늘렸다. 이에 심장 전문의 앤드류 프리먼 박사는 “매우 아프거나 노인인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단백질 결핍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단백질 과잉은 신장에 부담을 주고 특정 암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