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테마파크를 넘어 팬덤 문화 성지로 진화하고 있다. 공연과 팝업스토어, 예능 프로그램 쇼케이스, 아티스트 협업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스타와 팬이 함께 모이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야외 공간과 다양한 체험 인프라를 기반으로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방송가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사례는 그룹 god의 데뷔 1만일 기념 행사다. god는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에버랜드 전역에서 '하늘색 풍선 위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 콘서트가 아닌 대형 테마파크와 K-팝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한 복합 콘텐츠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행사 기간 에버랜드 곳곳에서는 공연을 비롯해 팝업스토어, 전시, 체험형 이벤트존, 포토존, 팬 참여 프로그램 등이 운영됐다. 팬들은 놀이공원을 방문하는 것과 동시에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를 즐기며 에버랜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콘서트장처럼 경험했다. 특정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파크 전역을 활용한 점이 기존 팬미팅이나 콘서트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아이돌 팬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그룹 세븐틴 멤버들은 지난 5월 27일 데뷔 11주년을 기념한 정기 모임을 에버랜드에서 진행했다. 멤버들은 교복 차림으로 에버랜드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로얄쥬빌리캐로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팬들은 멤버들이 방문한 장소를 직접 찾아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른바 '성지순례'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촬영 장소와 동선이 공유되면서 관련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했다. 스타가 다녀간 공간 자체가 새로운 팬 경험의 일부로 소비되는 최근 팬덤 문화의 특징이 드러난 사례다.
방송가 역시 에버랜드를 새로운 콘텐츠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M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놀러코스터'는 첫 방송을 앞둔 지난 13일 에버랜드에서 현장형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일반적인 실내 제작발표회 대신 관람객과 직접 만나는 공개 행사 형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노홍철과 최강록, 빠니보틀 등 출연진은 퍼레이드 참여와 게릴라 팬 미팅, 현장 이벤트 등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했다. 단순한 홍보 행사를 넘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 방송 콘텐츠와 테마파크 공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에버랜드는 다음 달부터 걸그룹 아이브와의 대형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테마존 조성과 한정판 굿즈 출시, 포토 스폿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된다.
특히 놀이시설과 아티스트 IP를 결합해 팬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순히 굿즈를 판매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테마파크 전체가 하나의 팬덤 공간으로 재구성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에버랜드가 보유한 공간 경쟁력이 이러한 협업 확대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에버랜드는 놀이시설은 물론 정원과 공연장, 동물원, 광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공간에 집약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복합문화 공간이다. 이를 아티스트 IP와 결합하면 공연과 체험, 소비, 휴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팬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팬덤 문화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순한 콘텐츠 소비보다 현장 경험과 참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방문한 장소를 찾거나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소비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테마파크는 놀이시설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팬과 아티스트, 콘텐츠가 만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연장과 방송 스튜디오, 팝업스토어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다양한 IP가 융합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K-팝과 예능, 캐릭터, 브랜드 IP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테마파크의 문화 플랫폼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