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고전 명작인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초판본이 1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 시장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오는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출판 당시의 원래 표지(천 제본)를 그대로 유지한 '폭풍의 언덕' 초판본을 출품한다고 밝혔다. 이 표지의 초판본이 경매에 나온 것은 지난 1908년 이후 118년 만이다.
1847년 첫 출간 당시 단 250부만 인쇄된 이 책은 출판 직후부터 줄곧 한 개인 소장가의 서재에 보관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정 과정에서 사라진 오타도 고스란히 남아있어 수집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크 윌트셔 크리스티 도서·필사본 전문가는 “현재 남아있는 초판본의 대부분은 수집가나 도서관에 의해 재제본된 상태”라며 “원형의 천 제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물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에는 에밀리 브론테의 동생 앤 브론테의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도 함께 묶여 출품된다. 두 작품 모두 자매가 출판을 위해 사용했던 남성 필명인 '엘리스 벨(에밀리)'과 '액턴 벨(앤)'로 인쇄되어 있다. 낙찰가는 40만 파운드에서 60만 파운드(약 8억 1000만~12억 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폭풍의 언덕'은 언니 샬럿 브론테(필명 커러 벨)의 소설 '제인 에어(JANE EYRE)'가 흥행 가도를 달리자 서둘러 인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초판본에는 제목에도 들어가는 'Heights'의 철자가 잘못 표기되는 등 수많은 오타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희귀성을 더하고 있다.
1847년 출간 당시 이 소설은 “저속한 타락과 부자연스러운 공포로 가득 차 있다”는 일부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작품은 문학을 넘어 예술과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깊은 영감을 주는 문화적 이정표로 자리 잡았다.
1978년 가수 케이트 부시의 동명 히트곡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로 각색되었으며, 최근에는 에메랄드 펜넬 감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가 주연을 맡은 새로운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지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윌트셔 전문가는 “이 작품이 가진 정서적 힘과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심리적 강렬함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예술가가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있다”며 “문학사를 넘어 대중의 상상력 속에 영원히 자리 잡은 걸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