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치열해지는 국가 간 투자유치 경쟁에 대응해 국내 복귀(유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한다.
과거 해외 현지에서 경영이 악화한 한계기업의 단순 '공장 이전'을 지원하던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전략산업과 핵심 공급망 등 '국가 전략적 핵심 역량'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특히 대규모 첨단 투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조금 지원 금액 상한선을 과감히 철폐하고 정부와 기업이 직접 마주 앉아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파격적인 '협상 트랙'이 도입되며, 비수도권 투자 시 우대 가점도 부여한다.
◇보조금 상한 깬 '협상 트랙'…첨단 '마더팩토리' 유치 사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투자 활성화를 위한 유턴 재정립 및 촉진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미·중 패권 경쟁 격화와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내재화 경쟁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법(CHIPS Act)을, 일본은 AI·반도체 기반 강화 프레임을 앞세워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리쇼어링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처럼 변화한 환경 속에서 국내 유턴기업 선정 수는 2025년 14개사로 되레 감소하며 정책 동력이 정체기를 맞았다.
정부는 기존 유턴법상 규정된 엄격한 이행요건과 일률적인 보조금 체계가 대규모 첨단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했다. 이에 첨단산업, M.AX(제조 AX), 공급망, 5극3특 성장엔진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잠재 유턴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유치전에 나선다.
대못 규제로 꼽혔던 해외-유턴 사업장 간 '업종 동일성 요건'은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표준산업분류상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야만 유턴으로 인정받았으나, 앞으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능과 용도, 핵심기술, 공급망 등의 유사성까지 탄력적으로 검토해 인정 범위를 넓힌다. 아울러 첨단·공급망 분야의 핵심 제조시설인 '마더팩토리'를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 해외 생산 거점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되레 확대하더라도 유턴기업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명시했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보조금 지원 체계의 대수술이다. 새로 신설되는 '협상 트랙'은 전략분야 품목이거나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유턴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와 기업 간 개별 협상을 거쳐 보조금 규모를 결정한다. 특히 지역균형발전도와 연계해 비수도권 투자 시 보조금 산정에서 우대 가점을 부여한다. 지원 한도 역시 '금액 상한'에서 '보조비율 상한' 방식으로 전면 개편돼 대규모 지방 투자의 길을 활짝 열었다.
◇심의·사후관리는 더 깐깐하게…지방 인력난 해소 패키지도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부실기업 유입을 막기 위한 '옥석 가리기'와 사후 관리는 한층 깐깐해진다. 정부는 국장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내복귀실무위원회'를 신설해 선정과 보조금 심의 절차를 일원화하고 투자 이행 역량을 엄격히 평가할 방침이다. 또 보조금을 지원받은 유턴기업의 사후 이행관리 기간을 현행 일률적 3년에서 지원 규모에 따라 '3년+α'로 대폭 늘려 책임감을 부여했다.
일반 업종이나 소규모 투자의 경우 개별 협상 없이 산정표를 적용하는 '일반 트랙'으로 운영하되, 기본 보조비율을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수준으로 합리화한다. 특히 그동안 지자체를 거쳐 지급되던 보조금 집행 방식을 '기업 직접 보조'로 개편해 고질적인 실집행 지연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지방 유턴기업들이 현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인력난 해소책도 패키지에 담겼다. 비수도권 유턴기업(제조업)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외국인 고용 허용 상한(50명)을 전면 폐지한다. 기업의 채용 기준에 부합하는 인력을 발굴해 교육을 지원하는 '퀵스타트' 프로그램과 고용촉진장려금 우대 방안도 함께 가동된다.
◇전담 PM·유턴지원단 가동…투자 전 과정 '밀착 케어'
유턴 투자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밀착 지원 체계도 본격 가동된다. 투자 프로젝트별로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지정해 원스톱 창구 역할을 맡긴다.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유턴투자지원단'을 구성해 상시로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한편, 코트라 해외 무역관 20개소를 통해 관심 기업을 지속 발굴한다. 연 1회 개최되는 국내복귀 지원포럼과 연계해 '지방정부 IR 플랫폼'을 구축, 설명회와 1대 1 상담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유턴은 단순한 공장 이전을 넘어, 기술 개발과 생산, 공급망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유턴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원 방식도 과감하게 개편·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선방안을 신속히 이행해 지방 중심의 유턴을 촉진하고, 양질의 유턴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