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관 1조원 규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BESS) 사업에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1차 입찰은 삼성SDI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이번 입찰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국내 생산 카드를 꺼내들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12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관련 입찰제안서 및 사업계획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입찰엔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를 포함해 발전사업자, 재생에너지 개발·운영 사업자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찰서류 평가를 거쳐 다음달 중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북·전남·강원·경북·제주 등 전력계통 부족으로 발전소 출력제어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전기 저수지' 역할을 하는 ESS를 도입하기 위한 제도다.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15년간 일정 가격으로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공급하게 된다. 이번 입찰은 총 540㎿ 규모로, 업계에서는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동일한 규모(540㎿)로 진행된 지난해 1차 입찰에선 삼성SDI가 전체 물량 76%를 수주했다. 당시 삼성SDI는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울산 공장의 국내 생산 비중을 적극 부각하며 비가격 평가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NCA 배터리의 안전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 측면을 강조하고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세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2차 입찰은 1차 입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입찰 평가 기준이 변경됐다. 가격·비가격 평가 비중이 60:40에서 50:50으로 조정되면서, 비가격지표에 해당하는 산업·경제 기여도와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등 평가 비중이 강화됐다.
지난해 입찰에서 3사가 모두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배터리 단가 인하 전략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탈중국과 화재 안전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나란히 'LFP 배터리 국내 생산' 카드를 꺼내 들며 승기 잡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연간 1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SK온 역시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국내 최대인 연간 3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춰 내년 초부터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LFP 배터리는 화학적 특성상 열폭주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고온에서도 내부 산소 방출이 거의 없어 폭발 및 화염 확산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제품 최초로 UL 9540A(열폭주 시험 표준) 인증과 대형 화재 모의 시험(LSFT)을 통과했다는 점을, SK온은 배터리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임피던스분광법(EIS) 기반 배터리 진단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관 ESS 프로젝트는 배터리 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ESS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3사 모두 트랙 레코드 확보 차원에서 적극 공략에 나선 상황”으로 “단순한 가격 경쟁을 떠나 국내 ESS 밸류체인 기여도와 안전성 보완 기술 등 각사의 사업 역량이 종합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