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원주민 출신의 배우 코리안카 킬처가 세계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 시리즈에 자신의 얼굴이 무단 사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에 따르면 킬처는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인 '네이티리'의 얼굴에 자신의 10대 시절 얼굴 특징이 사용됐다며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과 판권을 가진 월트디즈니 컴퍼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페루 원주민 출신의 킬처는 북미 대륙 개척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뉴 월드(2005)'에서 '포카혼타스' 역을 맡아 대중에 이름을 알린 할리우드 배우다. 당시 그는 콜린 패럴,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 유명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킬처는 “카메론 감독이 포카혼타스를 연기한 14세 무렵 내 얼굴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카메론 감독과 아바타 제작팀이 인터뷰에서 킬처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발췌문이 담겼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이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어린 원주민 소녀의 생체 정보와 문화 유산을 악용한 사례”라며 “어떠한 보상도 없이 의도적이고 허가 받지 않은 일련의 상업적 행위를 통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영화 시리즈의 제작 방식을 폭로한다”고 일갈했다.
법적 증거에는 카메론 감독이 그린 영화 아바타의 오리지널 스케치가 포함됐다. 원고 측은 10대 시절 킬처의 얼굴이 스케치에 담겨 모형으로 만들어졌고, 레이저 스캔을 통해 고해상도 디지털 모델로 변환돼 여러 시각 효과 업체에 배포돼 네이티리의 최종 모습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고 짚었다. 또한 이 이미지는 킬처에 어떠한 동의나 상의 없이 영화, 영화 포스터, 상품 등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영화 아바타는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외계 행성 '판도라'에 상륙한 지구인과 이에 맞서 싸우는 원주민 나비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상 북아메리카 원주민 학살과 추방의 역사를 판타지 요소로 풀어낸 영화다.
킬처는 소장에서 “카메론 감독과 그 팀은 캐릭터 원천에 대한 진실을 수 년간 은폐했다”며 “그 결과, 한 원주민 청년을 은밀하게 착취했음에도 원주민들의 투쟁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 영화 프랜차이즈가 탄생했다”고 비판했다.
킬처는 아바타 1편(2009년 개봉)이 개봉한 이후인 2010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2010년 한 행사에서 카메론 감독과 만나기 전까지는 얼굴이 사용된 사실을 몰랐다”며 “그날 카메론 감독은 사무실에 선물이 준비됐다고 했다. 그가 직접 그리고 서명한, 액자에 담긴 '네이티리' 스케치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온라인에 확산된 카메론 감독의 인터뷰 영상이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됐다. 인터뷰에서 카메론 감독은 네이티리 분장을 한 사람 옆에서 “이 사진의 실제 출처는 LA 타임스에 실린 코리안카 킬처라는 젊은 여배우다. 그녀의 하관이 반영됐다. 그녀는 매우 흥미로운 얼굴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킬처 측은 이 같은 사용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근 제정된 딥페이크 음란물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성년자 시절의 얼굴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가 작중 남성과 성적·친밀한 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에도 사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킬처 측 수석 변호사 아놀드 P. 피터는 “카메론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이 아니라 착취에 불과하다”며 “그는 14세 원주민 소녀의 고유한 생체 인식 얼굴 특징을 가져와 산업 생산 공정을 거쳐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했지만 단 한 번도 소녀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영화 제작이 아닌 절도”라고 강조했다.
킬처는 손해배상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금, 자신의 초상권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금지명령 및 시정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카메론 감독과 월트 디즈니 측 대변인은 현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