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국민의힘의 '선거용 졸속 개헌' 반발과 집단 불참 속에 결국 무산됐다.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열고 '대한민국헌법안'을 상정했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불참을 결정, 끝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찬성 178명으로 재적 의원 3분의 2(191명)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이날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의원 187명이 발의한 것으로,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 계승' 내용을 추가하고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 의무를 명시하는 등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단임제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국민투표로 가는 관문을 표결조차 하지 않고 닫아서는 안 된다”고 국민의힘의 참여를 촉구했다.
범여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헌안은)5·18 정신과 부마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도입하는 내용”이라며 “도대체 표결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5·18 정신은 역대 국민의힘 지도부도 수차례 찬성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안면몰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도 “내란과 헌정 질서 파괴라는 비정상을 끝내고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민주국가로 되돌리려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찬반 의사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졸속 개헌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이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는 졸속 개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전문에는 건국과 6·25전쟁, 민주화 운동 등 헌정사 전반의 가치가 균형 있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헌은 국민 참여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선거와 무관한 시기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은 “22대 국회 후반기에는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를 구성해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개헌안을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헌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지만, 우원식 의장은 국민의힘 참여를 촉구하며 8일 본회의를 재차 소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당론 불참을 고수하고 있어 6·3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위한 시한인 10일까지 본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개헌안 표결 이후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참여하면서, 여야는 116건의 비쟁점 민생법안을 다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 추진한 'AI 데이터센터(AIDC)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특례는 제외됐다. 이와 함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지정하는 특별법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