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과세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주식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는 2027년부터 연 250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 22%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구조가 예정돼 있어 과세 형평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교수)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 에서 “가상자산 과세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과세 여부가 아니라 과세의 정합성”이라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기본공제는 250만원이며, 공제 초과분에 대해 20% 세율과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가 적용된다. 손익통산은 같은 과세기간 내 가상자산 간에만 가능하고, 이월결손금 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 교수는 이 같은 구조가 금투세 폐지 이후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연간 500만원 수익을 낸 경우 주식 일반 투자자는 세 부담이 없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5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수익이 1000만원이면 가상자산 세 부담은 165만원, 3000만원이면 605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는 “금투세 폐지 논거로 제시됐던 시장 위축, 인프라 미비, 이중과세 문제가 가상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입법 논리상 자기모순”이라고 진단했다.
소득 분류의 부적정성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기타소득은 일시적·우발적 소득을 전제로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는 반복적·계획적 자본이득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재산 또는 자본이득 과세 체계 안에서 다루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타소득 분류를 유지하고 있어 국제적 흐름과도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월결손금 공제 불인정도 문제로 꼽혔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 자산인데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공제할 수 없어 특정 연도에는 실제 순이익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은 자본손실 이월을 허용하고, 독일도 동일 유형 소득 내에서 손실 이월을 인정한다. 반면 한국은 현행 기타소득 체계에서 이월 자체가 불가능하다.
과세 인프라 미비도 시행 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국내 중앙화거래소 거래는 포착이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 간 거래(P2P), 디파이(DeFi) 등은 과세 공백이 크다고 봤다. 특히 스테이킹, 에어드롭, NFT, DeFi 관련 과세 기준과 취득가액 산정 방식에 대해 과세당국도 아직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오 교수는 과세 시행 전 △기타소득에서 양도소득으로 소득구분 전환 △이월결손금 최소 5년 공제 신설 △스테이킹·에어드롭·NFT·DeFi 과세 기준 법령 명시 △CARF(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 국내 법제화 △거래소 보고 의무 및 납세자 신고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소득구분 전환 없이는 이월공제 신설도, 인프라 정합성도 해결되기 어렵다”며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기타소득을 양도소득으로 전환하고, 이월결손금 공제 조항을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