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서 법관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판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광둥성 선전 법원이 AI 기반 기술을 도입한 이후 처리 사건 수가 전년보다 50% 늘었다고 전했다. 법원 측은 이 같은 시스템을 중국 내 여러 도시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전 중급인민법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판사 한 명이 담당한 사건은 평균 74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49건 증가한 수준이며, 광둥성 평균인 483건과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당 법원은 약 2년에 걸쳐 관련 기술을 개발한 뒤 2024년에 시스템을 구축했고, 2025년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갔다. 이 플랫폼은 사건 접수부터 검토, 심리 진행, 판결문 작성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민사·형사·행정 등 다양한 재판 영역에서 총 85개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광샤오화 부원장은 “이 기술은 사법 분야에서 이미 유용성이 확인됐다”며 “AI를 판결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우리는 실질적인 결과로 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장 장준 역시 선전의 시범 운영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원은 AI가 활용되더라도 최종 결정 권한은 여전히 판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운영 지침에서도 “AI는 보조 도구일 뿐 사법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권한 약화, 명령 해석 오류, 정보 유출 등 잠재적 위험성도 함께 언급됐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하오야차오는 “AI가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판단은 결국 인간이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전국 단위의 기술 기준과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AI와 법률을 모두 이해하는 인력을 확보해야만 확장이 가능하다”며 “선전은 기술 친화적 환경을 갖췄지만, 다른 도시들은 관련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