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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눈길이 쏠리는 대형사의 돈 이야기

국내 증권업계의 실적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디지털 플랫폼 경쟁까지 전 영역에서 대형사 우위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커질수록 상위권과 그 밖의 간극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실적

이정원기자

Apr 18, 2026 • 1 min read

국내 증권업계의 실적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디지털 플랫폼 경쟁까지 전 영역에서 대형사 우위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커질수록 상위권과 그 밖의 간극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실적 흐름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위권 증권사들은 반기 만에 과거 연간 실적에 맞먹는 순이익을 쌓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시장이 좋아도 상위권과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기존 먹거리가 흔들린 뒤에는 격차가 더 선명해졌다. 대형사는 WM과 IB, 상품 판매, 해외주식,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수익원을 넓혔지만, 중소형사는 대체할 성장축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최근 경쟁이 붙고 있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종합투자계좌(IMA)가 대표 사례다. RIA는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 자금을 국내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올해 3월 도입됐다. 출시 2주 만에 11만 계좌를 넘길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고객 유입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에 집중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브랜드 인지도, 투자지원금과 수수료 우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곳이 결국 고객을 먼저 확보하기 때문이다. 제도는 모든 증권사에 열려 있지만, 실제 과실은 소수 대형사가 가져간다.

IMA는 고객 예탁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계좌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목적을 담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3곳만 할 수 있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판매 가능하다. 결국 자본력이 큰 회사에만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준 셈이 됐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자본력이 충분한 곳에만 라이선스를 주겠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이미 큰 회사에 더 큰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주면서, 자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한두 회사의 실적 잔치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객과 자금이 몇몇 대형사에 집중되면, 시장 경쟁은 점점 '과점'에 가까워진다. 지금은 수수료 혜택과 이벤트, 고금리 상품 경쟁이 치열해 보여도, 고객 기반이 고착되면 장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경쟁의 유인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당장은 소비자 편익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선택지는 줄고 시장의 역동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형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금융산업에서 몸집이 큰 사업자가 유리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와 기회가 대형화로만 작동한다면 시장은 효율적일 수 있어도 균형적이진 않다. 대형사는 구조상 큰 고객, 큰 딜, 큰 자산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규모가 작은 영역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시장이 몇몇 초대형사 중심으로만 굴러가게 되면 시장의 저변과 촘촘함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특화 중소형 증권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자본시장에는 규모와 성격이 다른 기업·투자자 수요가 폭넓게 존재하는데, 소수 대형사만으로 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작지만 강한 중소형 증권사의 출현을 뒷받침할 정책 설계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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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테크뉴스 이정원기자(ethegarden@nol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