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TC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쟁탈전에 나섰다. 세계 최대 HBM 수요처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GTC 2026'에서 AI 메모리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을 최초 공개하며 기술력을 강조했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플랫폼 적용 사례를 강조하며 견고한 시장 경쟁력을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새롭게 선보인 차세대 HBM 'HBM4E 16단' 제품부터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 기술을 일부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메모리 업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삼성전자가 첫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행보는 차세대 HBM 로드맵을 조기에 제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드러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후속 제품 공개는 HBM4 양산 출하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HBM4E는 HBM4 다음 세대 제품으로, 핀당 16Gbps(초당 기가비트) 전송 속도와 4.0TB/s(초당 테라바이트) 대역폭을 지원한다. 이는 6세대 HBM4의 13Gbps 전송 속도와 3.3TB/s 대역폭을 넘어서는 성능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양산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품도 전면에 배치했다. 루빈 GPU용 HBM4, 베라 CPU용 소캠(SOCAMM), 기업용 SSD PM1763 등을 통해 차세대 AI 플랫폼에 필요한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통합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부각했다.
이날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 부스에 방문해 전시된 제품을 살펴본 뒤 “삼성에는 세계 최고가 많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GTC 현장을 직접 찾아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재차 부각했다.
SK하이닉스는 전시관에 '엔비디아 협업 존'을 마련했다. HBM4, HBM3E, 소캠2 등 SK하이닉스 메모리가 실제 엔비디아 AI 플랫폼에 적용된 사례를 전시하며 공급 경쟁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GTC 행사 전반에 걸쳐 AI 생태계 주요 기업들의 기술 성과를 둘러보고,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날 최 회장은 GTC 전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글로벌 시장 대응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과 관련해 “공급 부족 문제는 웨이퍼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더 많은 웨이퍼를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며 “2030년까지 업계 전반의 공급 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대봤다.
이어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곽노정) 최고경영자(CEO)가 D램 가격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계획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가능성에 대해선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들뿐만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 노출될 수 있어 더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HBM 시장을 선도해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GTC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면서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향 공급 물량 확보 여부가 양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GTC는 차세대 HBM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승부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