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에 지급해 온 인앱결제 수수료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글이 국내 게임사들이 제기한 집단 조정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달 중 첫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집단 조정에는 국내 게임사 253곳이 참여했다. 양측은 조만간 첫 협상을 열고 구글이 징수한 인앱결제 수수료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환급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안은 구글과 애플이 적용해 온 최대 30% 수준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해 5~6월 미국 연방법원에 집단 조정을 신청하며 적정 수수료율을 초과해 징수된 금액의 반환을 요구했다.
게임업계는 인앱결제 수수료의 적정 수준을 4~6%로 보고 있다. 2023년 에픽게임즈와 구글 간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구글 내부 문건에도 적정 수수료율이 4~6%, 경쟁 시장 기준은 약 10% 수준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적용되는 최대 30% 수수료 가운데 약 24~26%는 과도하게 징수된 금액이라는 것이 참여 기업들의 주장이다.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참여 기업 가운데 157개사의 최근 10년치 손해액 감정이 완료됐다. 이들이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48억513만달러(약 7조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4억1100만달러(약 2조900억원)가 적정 수수료율을 초과해 지급된 금액으로 산정됐다. 아직 손해액 산정이 진행 중인 96개사까지 포함하면 환급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관심은 이번 협상이 대형 게임사로 확산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구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참여를 신중히 검토해 온 일부 대형 게임사들도 구글이 조정 절차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참여 여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대응이 대기업까지 확대될 경우 협상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아직 별도의 합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 협상 결과에 따라 애플 역시 조정 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반독점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수 있어 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협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플랫폼 인앱결제 수수료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구글·애플 불법 인앱결제 수수료 피해자 간담회'가 열려 플랫폼 수수료가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제도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구글과 애플의 30% 인앱결제 수수료는 사실상 플랫폼 통행세 수준”이라며 “특히 애플의 경우 부가세 10%가 포함된 금액에 다시 30% 수수료가 적용돼 실제 부담률은 약 3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앱 마켓 운영 방식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개발자들은 앱 마켓 등록을 위해 연간 구글 25달러, 애플 99달러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심사 기준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며 “심사 지연이 2~3개월 이상 이어지는 사례도 있어 중소 개발사의 서비스 일정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종찬 한국게임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일부 게임 재화 가격이 다른 플랫폼보다 15% 이상 높은 사례가 나타난다”며 “수수료 부담이 이용자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플랫폼 수수료 정책의 법적 쟁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영기 변호사는 “구글과 애플이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약 26%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하는 정책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구승 변호사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앱 마켓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오고 있다”며 “앱 마켓 운영 비용을 고려한 적정 수수료는 4~6% 수준으로 분석되는데 현재 30% 구조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중소 개발사들이 플랫폼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문제 제기를 주저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적 보완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집단 조정이 단순한 환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수수료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첫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사 참여 여부에 따라 향후 협상의 규모와 파급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