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에게 목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만큼 중요한 문제는 은퇴 후 매달 쓸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다.
이달부터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한 개인투자용 국채 매입이 가능해지면서 장기간 묶어둘 노후자금을 국채에 넣고 만기를 분산하는 이른바 '채권 사다리(풍차 돌리기)'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가산금리와 복리 효과를 적용받는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하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과세가 연금 수령 시점까지 미뤄져 장기 운용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9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계획에 따르면 이번 달 적용금리는 10년물 연 4.765%, 20년물 연 4.920%다. 두 종목 모두 표면금리에 0.350%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며, 만기 보유 시 연복리 방식으로 이자가 붙는다.
투자금액에 따라 만기 자산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10년물에 1억원을 넣으면 10년 뒤 세전 약 1억5928만원을 받는다. 원금을 제외한 이자는 약 5928만원이다. 2억원을 투자하면 약 3억1856만원, 3억원을 넣으면 약 4억7784만원으로 늘어난다.
20년물은 복리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1억원을 투자하면 20년 뒤 세전 약 2억6132만원을 받는다. 3억원을 넣으면 약 7억8395만원으로 불어나며, 이자만 약 4억8395만원에 달한다.
이를 노후 생활비 관점에서 단순하게 환산하면 1억원을 10년물에 투자해 얻는 이자 약 5928만원은 10년 동안 월 약 49만원꼴이다. 20년물 1억원에서 발생하는 이자 약 1억6132만원은 20년으로 나눌 경우 월 약 67만원꼴이다.
다만 이 금액을 실제 매월 지급받는 것은 아니다. 국채의 이자가 매월 생활비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구조인 만큼, 월 환산액은 노후자금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단순 계산이다.
예를 들어 10년물에 3억원을 투자할 경우 만기 이자는 약 1억7784만원이다. 이를 10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월 약 148만원꼴이다. 20년물에 3억원을 넣으면 만기 이자가 약 4억8395만원으로, 20년 기준 월 약 202만원꼴이 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은퇴를 앞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채의 만기를 여러 시점으로 나누는 '채권 사다리' 전략이 거론된다. 매년 일정 금액을 서로 다른 만기의 국채에 투자하면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을 분산해 은퇴 후 필요한 현금흐름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는 세금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 계좌에서는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이 발생하면 세후 금액만 재투자할 수 있지만, 퇴직연금에서는 과세가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이연된다. 이에 따라 국채가 만기에 상환된 뒤 원리금을 계좌 안에서 재투자할 경우 과세 전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계좌는 1인당 연간 2억원까지 매입할 수 있다.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 역시 누적 매입금액 2억원 한도 내에서 적용된다. 한도를 넘어 매입한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에는 해당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퇴직연금 계좌에는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계좌와 같은 연간 매입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장기간 운용할 노후자금이 많은 투자자에게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개인투자용 국채 매입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다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도 환매에는 제약이 있고, 실제 연금 수령 단계에서는 별도의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개인투자용 국채를 활용한 '채권 사다리'의 핵심은 높은 수익률 자체보다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을 언제 확보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데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운용하기보다 투자 시점과 만기를 나눠 놓으면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생활비나 다른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은퇴를 앞둔 투자자에게 개인투자용 국채가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장기적인 현금흐름 설계 수단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