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제도권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한 시장감시 기능과 이용자 보호 체계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2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 박병원홀에서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15개 주요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이종오 디지털·IT 부원장보, 가상자산감독국장, 가상자산조사국장 등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두나무 등 원화거래소 5개사, 코인거래소 5개사, 보관업자 5개사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시장은 중동 사태, 증시로의 머니무브 등 여러 시장 외적인 요인으로 다소 침체된 모습이었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산업과의 융합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어 “자산 토큰화의 제도 정비가 진행됨에 따라 가상자산 산업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 신뢰 회복과 제도권 산업 도약을 위해 전사적인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곳만이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제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앞서 최근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등의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규율체계가 속속 정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을 둘러싼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법규 개정 상황 등을 면밀히 확인해 규제 준수에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사업자들이 새로운 제도와 규율체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가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고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불공정거래 규모도 더욱 대형화되고 유형도 한층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거래 근절의 일선에 있는 거래소도 불공정거래 예방 및 적발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시장감시 역량 제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감독·조사 역량을 고도화한다. 이 원장은 “AI를 활용해 시장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조사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하는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에 대해서는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용자는 단순히 이익 창출의 대상이 아닌 상생과 성장의 파트너”라며 “이용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주장하기에 앞서 이용자 관점에서 적합한 상품인지, 관련 정보가 충분한지, 이용자 피해 예방·구제 체계는 합리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 실적만을 앞세운 고위험 상품과 자극적인 이벤트, 늑장 공시 등을 경계했다. 이 원장은 “단기 실적만을 추구하는 고위험 상품 출시와 자극적인 이벤트, 충분치 않은 정보의 늑장 공시, 선의의 이용자에 대한 피해 전가 등은 결국 이용자의 신뢰를 상실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가상자산사업자 CEO들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법령 준수뿐 아니라 거래지원, 광고·홍보 등에 대한 자율규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모든 업무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정비·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업자별 영업 규모와 인력 규모에 차이가 큰 만큼 이용자 수와 영업 범위 등을 고려한 점진적 규제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혁신 서비스 출현을 위해 관련 제도 정비 등 정책적 지원도 요청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건의사항을 향후 가상자산 분야 감독 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기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던 가상자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감독당국과 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가상자산 산업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