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8월 유럽연합(EU) 포장규제 시행을 앞두고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EU 규제에 대응이 어려운 것을 넘어 규제에 대한 해석조차 명확하지 않아 업계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앞서 중동 사태로 인한 물류비·유가 상승에 규제 이슈까지 겹치며 수출길 확대에 나선 식품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회사들은 8월 시행 예정인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규정(PPWR)을 놓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규제 해석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PPWR은 EU에서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에 유해 물질 제한과 과대포장 금지, 재생원료 의무사용 등 지속가능성 관련 기준을 부여하는 기준이다. 당장 8월 12일부터 4대 중금속·과불화화합물(PFAS) 등 위해 물질 제한이 시행되고, 재활용 등급과 재생 원료 함량 등 사항이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추가 시행된다. PFAS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물질별 기준이나 분석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
식품업계는 규제 충족을 위해 기관 의뢰와 친환경 소재 전환 등을 진행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롯데중앙연구소와 협업해 포장재가 PPWR 기준을 충족하는지 파악하고자 시험기관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빙그레는 재활용 용이 설계·플라스틱 사용 저감·재생원료 적용 확대를 추진한다.
오뚜기는 유럽 수출 제품의 포장 요소를 전반적으로 분석하고 관련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전사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포장재 전 생애주기에 걸친 관련 규정 변화에 맞춰 대응할 방침이다.
농심은 포장재 자원순환을 위한 단일소재(All-PP) 전환을 연구 중이다. 분말스프의 다층 복합소재를 단일 소재로 전환하면 물리적 재활용 과정에서 재활용 수지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EU 재활용성 평가 표준 기준 A 등급 획득이 목표다.
업계 대응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EU는 PPWR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은데다 적용 여부를 제조사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시험기관이나 법무법인에 규정 해석을 의뢰 중인데 이들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게다가 8월 시행 일정에 맞추려면 늦어도 6월 물량부터는 해당 규제에 맞춰 상품을 제작해야 해 일정도 빠듯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급한 이유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포장재 수급 불안·물류비 상승 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환경 규제 대응 비용에 대한 압박이 겹쳐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PPWR 대응 관련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고, 국내 기관 간 규정 해석 차이까지 존재해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수출 물꼬를 틔운 'K푸드'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