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공공언어 개선을 위해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정책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고 국민 이해도를 제고하겠다는 취지지만, 벤처·스타트업 분야를 중심으로는 대체어 부족에 따른 혼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중기부는 최근 15개 산하기관에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공문서 등에 사용되는 외래어를 최소화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전반적인 점검 및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는 '누리집', '스타트업'은 '창업 기업', 'AI'는 '인공지능', '바이어'는 '구매자', '원스톱'은 '일괄지원' 등으로 표기하는 등 우리말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우리말로 대체 가능한 용어는 즉시 전환하고, 대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병행 표기를 통해 점진적으로 순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중기부는 우선적으로 산하기관 누리집과 홍보자료에 대한 점검에 나섰으며, 국립국어원 감수와 문화체육관광부 국어 전문가 검수도 병행하고 있다. 또 조직 내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를 통해 외래어 순화 용어를 심의·의결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중기부가 이같이 나선데는 지난해 일부 산하 기관이 공공언어 관련 정부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점도 이번 정비 작업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기부는 '모두의 창업' 등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외래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용어 사용에 주력해 왔다. 앞으로도 정책 전반에서 이해하기 쉬운 공공언어 사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용어 순화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벤처·투자 분야의 경우 '벤처' 자체가 외래어인 데다 AC(액셀러레이터), VC(벤처캐피탈) 등 대체가 쉽지 않은 전문 용어가 많아 실무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니콘', '피칭', '팁스' 등 스타트업와 투자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 역시 직관적인 우리말 대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하기관들은 사업명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공고가 진행된 사업의 경우 명칭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장기간 운영된 사업의 경우에도 인지도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중기부는 스케일업팁스, 딥테크챌린지프로젝트(DCP), AI 리그, 오픈이노베이션, 희망리턴패키지 등 사업명에 외래어 비중이 높아 일괄적인 한글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수정 가능한 부분은 적극 반영하고 있지만, 누리집에 장관 명의로 공고된 사업이 많아 현실적으로 용어 순화 작업이 쉽지 않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분야 특수성을 고려한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익숙한 용어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며 “대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병기 등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