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hevron_right Environment chevron_right Article

한-인도 협력의 새로운 지평, '그린 공유가치'의 미래

8년 만에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단순한 정상외교를 넘어 한-인도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중동 위기까지 복합 위기가 겹친 시점에 양국은 무역·투자를 넘어 핵심광물, 원전, 청정에너지, 조선·해

이정원기자

Apr 26, 2026 • 1 min read

8년 만에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단순한 정상외교를 넘어 한-인도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중동 위기까지 복합 위기가 겹친 시점에 양국은 무역·투자를 넘어 핵심광물, 원전, 청정에너지, 조선·해운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고, 산업협력위원회 신설과 항만협력,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 중소기업 협력, 과학기술 협력 등 15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지속가능성 분야 협력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양국 협력이 단순 교역 확대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산업전략을 결합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한국과 인도는 2010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었지만, 지난 15년 성과는 잠재력에 비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사회적 갈등과 환경 리스크, 제도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방문이 중요한 이유는 양국이 이런 한계를 넘어 협력의 양보다 질을 바꾸는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MOU를 통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진출을 위해 제도적인 지원과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게 됐다.

이제 핵심은 무엇을 더 협력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다. 앞으로 산업협력의 성공은 가격 경쟁력이나 시장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망 안정성, 지역사회 수용성, 환경 리스크 관리, 탄소 경쟁력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는 수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 사업이다. 사회적 신뢰와 환경 건전성을 사업전략 안에 내재화하지 않으면 경제성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환은 더 이상 규제 대응이나 평판 관리가 아니라 산업협력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 요소가 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모델이 LG전자의 인도 사례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진출 이후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인도 소비자 요구를 현지 연구소에서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그에 따라 생산을 고도화하여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성공은 2008년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후발주자의 브랜드 재창조'에 대한 마케팅 사례로 연구되기도 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최근 국제 학술지 Energy Efficiency에 소개된 고효율 냉장고 위탁개발생산(CDM) 사업이다. LG전자는 인도에서 고효율 냉장고를 제조·판매하며 전력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했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친환경 기술 이전, 현지 시장 창출, 탄소금융까지 결합한 복합 협력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이 사례를 단순한 모범 사례로 볼 일이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인도에서 기술 이전과 현지화, 소비자 편익, 탄소감축,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구현하는 '그린 공유가치' 모델을 이미 실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삼성전자 역시 유사한 고효율 냉장고 탄소배출권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는 개별 기업의 우연한 성공이 아니라 한국 산업이 가진 성공모델로 볼 수 있다.

이런 모델은 앞으로 한-인도 산업협력의 방향에도 시사점을 준다. 핵심광물 협력은 단순 자원 확보가 아니라 책임 있는 공급망과 지역사회 이익공유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청정에너지와 원전 협력도 단순 수출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선·해운 역시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그린 해운 회랑 구축이라는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 이번 공동성명의 기후변화 협력은 청정기술, 탄소시장, 녹색금융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여지도 크다.

제조업과 인공지능(AI),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압도적 경쟁력 때문에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라는 거대한 전략 파트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산업질서와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술 이전과 현지화, 공동투자, 지역사회 포용, 녹색금융을 결합한 ESG 기반 산업협력 전략은 이미 성공 사례의 씨앗을 갖고 있다. 이제 양국 협력의 다음 장은 단순한 교역 확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동번영의 관점에서 다시 써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그린 공유가치'라는 새로운 협력 모델에 있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environment #environment #nature #sustainability #green #renewable

에이테크뉴스 이정원기자(ethegarden@nolm.kr)